조현병도 앱으로 관리? 국내외 ‘디지털치료제’ 개발 현황
부광약품·삼성서울병원·블루시그넘이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치료기기(DTx) ‘어펙터스(Affectus)’ 공동 개발을 위해 지난 15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DTx라고 한다. 어펙터스는 조현병 환자의 사회 인지 기능 개선을 목표로 한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탐색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올해 초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총 14개의 제품이 디지털의료기기로 허가받았다. 이중 정신 건강 분야 디지털치료기기는 ▲에임메드 ‘솜즈(불면증)’ ▲웰트 ‘슬립큐(불면증)’ ‘앰버(섭식 장애)’ ▲하이 ‘엥자이렉스(불안 장애)’ ▲이모코그 ‘코그테라(인지기능 악화)’ ▲히포티앤씨 ‘블루케어-T(주요 우울 장애)’ ▲이너웨이브 ‘닥터진 니코지니(니코틴 사용 장애)’ ▲이모티브 ‘스타러커스(ADHD)’ ▲로완 ‘슈퍼브레인 DEX(인지 기능 개선)’ 등 8개다.
조현병 DTx 중 국내에서 허가가 완료된 제품은 아직인데, 해외는 어떨까.
◇미국, 조현병 음성 증상 치료용 DTx 허가
미국에는 규제 당국 허가를 받은 조현병 디지털 치료제가 이미 존재한다. 조현병 증상 치료 목적의 디지털 치료제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510(k) 클리어런스를 받은 클릭테라퓨틱스의 ‘모티비스타(Motivista)’가 대표적이다. 현지 시각 기준 10월 5일에 소식이 발표됐다.
모티비스타는 조현병 환자들이 흔히 겪는 음성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음성 증상은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기능이나 감정 표현이 병적으로 감소하거나 소실되는 것을 말한다. 조현병 환자의 60%는 무의욕증, 무쾌감도, 사회적 위축 등의 음성 증상을 겪는데, 모티비스타는 이 중에서도 특히 ‘나는 패배자’라는 자기 파괴적 사고와 동기 저하 문제를 치료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사회적 기술 연습, 긍정적 정서 함양, 스트레스 감내 훈련 ▲실제 일상 활동 참여 촉진 ▲ 패배주의적 사고방식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 등의 기능이 존재한다. 매일 10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수업과 활동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된다.
음성 증상을 겪고 있는 18세 이상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연구 결과는 긍정적이다. 사용 16주 차에 조현병 임상 평가 도구 CAINS-MAP으로 음성 증상 심각도를 측정한 결과, 모티비스타 사용 군은 6.8점이 개선됐으나 위약 디지털 치료제 사용 군은 4.2점만 개선돼 모티비스타의 개선 정도가 62% 더 뛰어났다. 다만, 미국에서도 아직 보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상용화 전이다.
◇환청과 대화, 피해망상 교정하는 기술도
영국은 조현병의 상위 개념인 ‘정신증’ 치료에 쓸 수 있는 기술들에 대해 조건부 사용 허가를 내린 상태다. 조현병이 환청·망상 같은 증상이 지속되는 탓에 다양한 정신 기능 손상과 일상생활 장애가 발생하는 만성 정신질환이라면, 정신증은 현실을 판단하고 검증하는 능력이 손상돼 환청, 망상, 생각의 혼란 등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기업이 최장 3년에 걸쳐 기술 효과에 대한 증거를 누적하는 동안 성인의 정신증 치료에 ▲아바타 테라피(AVATAR Therapy) ▲슬로모(SlowMo) ▲케어루프(CareLoop) 등 세 가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2024년 5월 공표했다. 증거 수집 기간이 끝나면 NICE가 이를 검토해 해당 기술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편입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아바타 테라피는 환청 증상을 겪는 사람을 위한 기술이다. 환자가 자신이 듣는 환청을 대변하는 가상의 아바타를 만들고, 그 아바타와 6~12회에 걸쳐 소통하는 과정에서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도록 한다. 아바타의 목소리는 해당 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정신질환 전문가가 낸다. 이로써 환자는 자신의 환청을 대변하는 아바타를 마주하는 방식으로 정신질환 전문가와 대화할 수 있다.
슬로모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고와 피해망상을 교정한다. 정신증 증상이 나타날 때의 비약적인 사고 과정을 환자가 인식하게 함으로써 생각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돕는다. 해당 기술의 사용을 훈련받은 정신 질환 전문가에 의해 총 8회의 치료가 제공되는 방식이며, 진료실 밖에서는 환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케어루프는 정신증 증상이 재발 또는 악화하는 것을 막는다. 어플리케이션이 제공하는 질문과 일기 쓰기 기능을 통해 환자가 자신의 증상과 생각 그리고 기분을 주기적으로 기록하면, 알고리즘이 정신 건강 악화나 재발 신호를 분석한다. 이 자료를 통해 정신 건강 전문가가 조기 개입을 결정할 수 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해림 기자